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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를 따라 거닐다 - 아스트라한 볼가 강의 종착역을 찾다 러시아 을 가다 글 및 사진 제공·박정곤 어머니 볼가. 러시아인들은 대게 볼가(Volga)강을 이렇게 부른다. 그 시작은 모스크바 북쪽의 여린 물줄기들에서 비롯되나 카스피 해(Caspian sea)를 마주하는 하구에서는 가히 망망대해처럼 드넓은 러시아의 젖줄, 볼가. 세계에서 가장 큰 강 가운데 하나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강인 볼가는 러시아 서부를 유유히 가로지르며 때로는 전쟁과 원정으로 얼룩진 질곡의 역사 속에, 때로는 산업화의 이동수단이자 정신적 동력으로서 말없이 제 몫을 지켜왔다. 예컨대 흐르는 강은 말이 없다 했던가. 9월까지 이어진 폭염 속에 볼가 강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아스트라한(Astrakhan)은 뙤약볕을 피해 강변을 찾아든 인파들로 여전히 붐볐다. 강을 끼고 .. 더보기
레프 톨스토이와 그의 박물관 러시아 문학의 유산(1)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 글 및 사진 제공·박정곤 백야의 계절 6월이 어느덧 찾아왔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었던 터라 5월 말부터 찾아 온 봄기운이 이곳 모스크바 시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갑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초록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이곳에선 고작 4개월여 밖에 되지 않는 터라 이때가 아니면 생명의 태동과 수풀의 우거짐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숲의 나라 러시아. 그리고 국토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숲을 사랑한 문호들. 지난 세기 러시아의 문호들은 바로 이 6월의 백야 아래 숲과 삶과 예술을 논하였다. 특히 19세기 러시아는 그야말로 문학의 황금기였다 할 수 있다. 러시아 낭만주의의 최고봉이자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푸슈킨에서부터 사실주의의 거장 톨스토이와 .. 더보기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을 거닐다 글-박정곤 3월의 카프카스(Caucasia)는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 서 있다. 러시아에서는 3월이라 하여도 대부분의 지역이 영하권에 머무르고 있어 어느 곳이나 눈을 밟지 않고는 이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남부 카프카스 지방은 이미 초록이 움 솟고 있어 그 풍경이 가히 봄이라 하겠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사계절의 옷을 모두 준비하지 않으면 산을 오르내리기 어려울 만큼 그 계절적 색채가 다채롭다. 실례로, 연중 한 번도 눈을 구경 하기 힘든 체겜(Chegem)과 같은 중부 산악지역이 있는 반면 1년 내내 만년설로 덮여있는 고산들도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으며, 또 3부 능선 아래 초원지대에는 찜통 같은 더위와 냉랭한 눈보라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서로의 자리를 바꾸고 있으니 또렷이 대비되는 지구의 계절변화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