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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두 명의 빅토르 두 명의 빅토르 (The Two Viktors) 러시아의 두 영웅, 빅토르 최와 빅토르 안을 말하다 백야를 기다리며 부쩍 길어진 해는 6월의 페테르부르크를 더욱 빛나게 물들이고 있었고, 파릇한 잎사귀에는 사이사이마다 싱그러움이 넘쳐났다. 밤늦게까지 지칠 줄 모르던 어느 카페의 흥겨움은 네바 강변에 새벽이 도래해서야 고요를 찾았으며 문틈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뜨겁던 열기는 늘어진 그림자 아래서 잠깐의 휴식을 맞이한다. 온 밤을 무대 위에서 신들린 듯 연주하며 노래하던 한 사람, 검은 머리칼에 검은 가죽점퍼를 걸친 동양인 얼굴의 키 큰 사내는 이곳저곳 얼룩진 스티커들로 도배된 낡은 기타를 말없이 내려놓고 자신의 노래에 갈채를 보내던 한 무리의 젊은 군속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아, 빅토르. 빅토르 최(Vikto.. 더보기
그림으로 본 러시아의 말의 이야기 그림으로 본 러시아의 말의 이야기 러시아 역사 속 명마들을 찾아가다 청마(靑馬)의 해 갑오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축제를 치른 정초의 들뜬 분위기는 점차 고요 속에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갓 지난 명절을 뒤로 하고 모두가 새로운 한해를 뜻있게 보내고자 말처럼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별스레 뒤늦게 찾아온 겨울의 추위는 년 초부터 내내 적응하지 못할 낯선 온기로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녹여 놓더니 이제야 제 모습을 한걸음씩 찾아가고 있다. 러시아어로 ‘손나야 지마’(Sonnaya zima)라 불리는 지금과 같은 날씨는 마치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하다는 의미에서 온난하고 흐린 겨울을 의미하곤 한다. 이런 탓에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자 했던 많은 이들은 더없이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길 매.. 더보기
아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아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현장에 가다 여명이 밝아오는 소치의 아침은 더없이 상쾌했다. 이른 개발로 우리의 도심에선 들을 수 없었던 갖가지 아름다운 산새 소리가 창 앞까지 가득했으며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페치카 굴뚝의 연기는 여염집 아낙의 분주한 일상과 마주하였다. 해안을 따라 즐비한 별장들과 비즈니스 센터가 빼곡히 자리한 신도시 지구와 달리 계곡을 따라 발달한 소치의 안가는 화장기 없는 티 없이 맑은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었다. 지구촌 50억 인구가 하나 되었던 지난 소치 동계 올림픽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겨졌다. 총 15개 종목과 98개 경기에 금메달을 놓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참가한 소치 올림픽은 역대 최대 투자금.. 더보기
코미 보르쿠타 코미의 별, 보르쿠타를 가다 러시아 코미 공화국 보르쿠타 시(市) 답사기 일 년의 절반이 정적으로 얼어붙은 겨울이기에 그들에게 있어 봄이란 그저 새삼스럽기만 하다. 그 겨울마저 소복이 쌓인 눈과 저만치 멀리서 따사로이 빛나는 등불을 연상케 하는 추억서리고 낭만적인 계절이 아닌, 그야말로 우리네가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백토(白土)로 뒤덮인 시간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초록 들길에서 상춘을 즐긴다는 것은 지극히 낯선 일탈일 뿐, 녹아내린 눈물이 방울방울 모여 샛강을 만들어 저만치 먼 북극해로 이별을 고할 때까지 봄이란 그저 자유롭지 못한 계절일 뿐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과연 어떤 이들의 삶에 대해 이토록 비정하게 설을 풀고 있는 걸까? 그렇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그들, 바.. 더보기
겨울 밖의 이색 러시아 겨울 밖의 이색 러시아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우리의 상상 속에 혹은 기억 속에 러시아란 어떤 나라로 각인되고 있을까? 둥근 테두리의 검은 색 모피 모자를 쓰고 뻣뻣하고도 짙은 콧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두터운 가죽장화를 신고 발을 구르며 민속춤을 추는 곳? 또는 혹독하리만치 추운 날씨로 양 볼이 빨갛게 상기된 여인들이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채 전통에 따라 빵과 소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곳? 그것도 아니라면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설원 속에 엄숙하고도 차분한 새벽의 정적을 뚫고 맑은 연기를 뿜으며 곧장이라도 의사 지바고의 ‘유리아틴’으로 향할 듯 기적을 울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활기찬 전경? 그렇다. 어느 하나 틀림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이 눈꽃 가득한 겨울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징과.. 더보기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을 거닐다 글-박정곤 3월의 카프카스(Caucasia)는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 서 있다. 러시아에서는 3월이라 하여도 대부분의 지역이 영하권에 머무르고 있어 어느 곳이나 눈을 밟지 않고는 이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남부 카프카스 지방은 이미 초록이 움 솟고 있어 그 풍경이 가히 봄이라 하겠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사계절의 옷을 모두 준비하지 않으면 산을 오르내리기 어려울 만큼 그 계절적 색채가 다채롭다. 실례로, 연중 한 번도 눈을 구경 하기 힘든 체겜(Chegem)과 같은 중부 산악지역이 있는 반면 1년 내내 만년설로 덮여있는 고산들도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으며, 또 3부 능선 아래 초원지대에는 찜통 같은 더위와 냉랭한 눈보라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서로의 자리를 바꾸고 있으니 또렷이 대비되는 지구의 계절변화가.. 더보기
러시아 우랄산맥<2> 러시아 우랄산맥 코미공화국을 가다 글 및 사진 제공·박정곤 이제야 막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 온 시베리아는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변화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눈 덮인 우랄 산맥의 봉우리와 이따금 예고 없이 찾아오는 눈보라로 겨울이 길다 느끼게 하지만 녹아내린 강을 따라 유유히 떠다니는 카누와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은 정녕 봄이 왔음을 잘 알리고 있다. 러시아의 젖줄 우랄산맥을 동쪽으로 끼고 있는 코미 공화국(Republic of Komi)은 대한민국의 영토보다 더 큰 러시아 연방 자치 공화국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곳은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천해의 자연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경제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유네스코에 등록된 처녀림과 우랄의 장중한 산맥으로 태곳적.. 더보기
러시아 우랄산맥 기행<1> 러시아 우랄산맥 기행 우랄의 고도 페름을 가다 글 및 사진 제공·박정곤 러시아를 동과 서로 가르는 두 개의 산맥을 꼽아보자면 우랄과 알타이를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유럽과 동양을 경계 짓는 우랄산맥은 러시아의 정신이자 문명의 발상지로 기념되고 있다. 남부지방은 저지대와 구릉성 산지로 되어 있는 반면 북부지방은 해발 1800여 미터가 넘는 험준하고 높은 산들로 지세를 이룬다. 이에 비해 중부 우랄 지역은 그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예로부터 교역과 문화의 중심으로 역할 해 왔는데, 그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예카테린부르크와 페름이다. 여기에 더할세라, 우랄 주변을 둘러싸며 널리 펼쳐진 타이가 숲은 서로 경합이라도 하듯 정상의 높이가 비등한 아름다운 산맥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수자원의 보고인 카마(Kama).. 더보기
툰드라의 딸들 - 대륙의 끝을 디디다 툰드라의 딸들 - 대륙의 끝을 디디다 글․박정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던가. 언제나 우리네 일상이 그러하듯 시작한 자는 그 끝을 반드시 매듭지어야 하리라. 지난겨울 북방의 땅 끝, 야말(Yamal)에 첫발을 내디딘 필자에게 북극 한계선(Arctic circle)은 이제야 유쾌한 여정을 열어주었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낯선 곳도 아니며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다. 다만 계절의 지나감을 담아내고자 했던 최초의 다짐들이 드디어 결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어느 정도의 숙연함만 뇌리에 담겨있을 따름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진정 조금만 더 내달리면 이 길고도 먼 기행도 그 정점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오늘도 쉼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창조주가 대지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탄생한 대지가 지구의 여섯 대륙.. 더보기
모스크바 유고 자파트 극장 변방에서 중심으로 - 글 및 사진 제공·박정곤 백야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은 러시아인들에게 꿈과 같은 계절이다. 자정너머까지 지지 않는 해로 인해 더러는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쾌청한 날씨 아래 산책을 즐기기도 또 가족들과 인근 숲을 찾아 바비큐 파티를 열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 놓치기 아까운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과 함께 예술가들의 생가 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보기도 하거나 화려한 야외 공연을 감상하는 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6월은 더욱 뜻 깊은 계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모스크바는 굳이 시내 중심가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도시 여기저기에 숨겨진 볼거리와 이색 박물관, 극장들이 즐비해 있으니 이 보다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도 전체 유럽에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가운데 모스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