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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의 딸들 - 대륙의 끝을 디디다 툰드라의 딸들 - 대륙의 끝을 디디다 글․박정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던가. 언제나 우리네 일상이 그러하듯 시작한 자는 그 끝을 반드시 매듭지어야 하리라. 지난겨울 북방의 땅 끝, 야말(Yamal)에 첫발을 내디딘 필자에게 북극 한계선(Arctic circle)은 이제야 유쾌한 여정을 열어주었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낯선 곳도 아니며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다. 다만 계절의 지나감을 담아내고자 했던 최초의 다짐들이 드디어 결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어느 정도의 숙연함만 뇌리에 담겨있을 따름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진정 조금만 더 내달리면 이 길고도 먼 기행도 그 정점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오늘도 쉼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창조주가 대지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탄생한 대지가 지구의 여섯 대륙.. 더보기
아르바트의 봄 - <모스크바 바흐탄고프 극장> 아르바트 거리에 봄의 활기가 가득하다. 4월의 춘설(春雪)은 봄의 여왕 앞에 그 자취를 감추었으며, 어느덧 따사로운 온기가 거리의 악사에게도, 화가들에게도, 상춘(賞春)을 즐기러 나온 모스크바 시민들에게도 흘러넘친다. 스탈린상 수상자 르이바코프(A.Rybakov)가 소비에트의 청춘들을 초상하며 거닐었던,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천재시인 푸쉬킨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500여년 역사의 가도(街道) 아르바트. 그 역사의 길을 따라 러시아의 문학과 예술은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세기에 대한 연민을 시와 선율에 담아 낭랑히 읊조렸던 음유시인 아쿠자바가 그토록 찬미했던 이곳은 오늘날 인간의 언어가 범접하기 힘든 '봄'이라는 자연 언어에 예술혼을 담아 찾아오는 객들을 반기고 있다. 아르바.. 더보기
모스크바 국립 렌콤 극장 러시아 연극계의 스타군단 - 글․박정곤 바야흐로 꽃망울이 피어오르는 춘삼월(春三月)이 도래했다. 겨우내 잔뜩 움츠러들었던 대자연도 이제 동야(冬夜)의 묵은 때를 훌훌 털어내고 초록으로 넘실거리는 산과 들이 자아내는 춘향(春香)을 만끽하고자 그 준비가 한창이다. 풀내음 물씬 풍기는 우리네 ‘봄의 교향악’에 부러움을 느낄세라, 아직은 눈꽃이 만발한 러시아에서는 봄의 기색이 저만치 멀리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눈보라와 거리곳곳에 눌러 붙은 얼음들로 행보마저 쉽지 않은 터이니, 더러는 봄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이 거리를 맴돌 뿐이다. 그럼에도 ‘기다림의 미학’이 생활화된 러시아 인들에게 3월은 활력의 계절이라 하였던가. 단지 봄에 한걸음이나마 더 다가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은 기쁨으로 충만 되곤 한다. 또.. 더보기
모스크바 유고 자파트 극장 변방에서 중심으로 - 글 및 사진 제공·박정곤 백야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은 러시아인들에게 꿈과 같은 계절이다. 자정너머까지 지지 않는 해로 인해 더러는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쾌청한 날씨 아래 산책을 즐기기도 또 가족들과 인근 숲을 찾아 바비큐 파티를 열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 놓치기 아까운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과 함께 예술가들의 생가 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보기도 하거나 화려한 야외 공연을 감상하는 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6월은 더욱 뜻 깊은 계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모스크바는 굳이 시내 중심가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도시 여기저기에 숨겨진 볼거리와 이색 박물관, 극장들이 즐비해 있으니 이 보다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도 전체 유럽에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가운데 모스크.. 더보기
모스크바 예술극장(MXT/MXAT) 모스크바 예술극장(MXT) 체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경인(庚寅)년의 매서운 추위는 실로 대단했다. 최근 6년 만에 최저온도를 나타냈던 수도 서울의 수은주를 지켜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며, 열섬현상으로 덥혀진 도심 속 거리들은 냉기로 가득 찬 빙벽(氷壁)이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오가는 행인들의 보행은 동장군의 심술에 온종일 잰걸음을 면치 못했으며, 설밑 제수 준비에 한창인 우리 어머니들의 손길도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여기에 밤사이 쉼 없이 내린 함박눈은 대한민국 전역을 새하얗게 뒤덮어 버렸으니 문호 야스나리(川端 康成)의 명작소설 '설국(雪國)'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비교적 온난한 기후가 유지되었던 남부 지방마저 올겨울엔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풍의 기세에 맥을 추지 못하였.. 더보기
툰드라를 향한 폴라 익스프레스 러시아 글·박정곤 러시아를 한번이라도 여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혹은 눈밭의 자작나무 숲에 발을 디디고자 노력했던 이라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낭만과 동경을 아니 그리지 못하리라. 그도 그럴 것이 장장 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철길을 일주야에 걸쳐 달음질하다보면 이제까지 걸어왔던 인생여정을 다시금 되뇌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횡단열차만이 러시아의 전부는 아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바이칼 호수를 지나 모스크바를 종착으로 하는, 이른 바 동과 서를 잇는 장중한 횡단열차가 있다면 러시아의 심장에서 북쪽 끝으로 연결되는 북방열차도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러시아 인들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삶의 주요 교통수단이 되어 왔던 북방 열차. 모스크바 북쪽으로 즐비한 고도 야로슬라블과 볼로그.. 더보기
툰드라의 이색 축제 - < 순록축제> 유목민의 합창 - 툰드라의 노래 5월 ‘가정의 달’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완연한 봄의 기운을 타고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기념하고자 크고 작은 행사가 연이어 열리는가 하면 각 지역에 자리한 묘소와 기념탑에서는 지난 세기 민주화 운동에 청춘을 바쳤던 선배들의 넋을 기리고자 엄숙한 마음가짐에 추모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처럼 축제와 추모라는 양자의 성격을 지닌 5월은 더러는 생명의 태동을 상징하기도, 더러는 잔인한 달로 일컬어진다. 어쨌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종일관 분주함 속에 5월은 지나간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거의 한 달 내내 이어지는 각종 콘서트와 공연, 백일장과 사생대회는 5월의 유익함을 더하고 있으며, 가슴 가득 꽃을 달고 다니는 어르신들의 입가에 미소가 머무르는 어.. 더보기
모스크바 국립 타간카 극장 2011년 러시아 음악극의 재탄생 모스크바 국립 타간카 극장 글·박정곤 2011년 신묘년의 새해가 힘차게 떠올랐다. 다사다난했던 러시아에서도 행복한 한해를 기원하며 정초부터 많은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그 가운데 공연 연극계에도 2011년 시즌을 겨냥한 훌륭한 작품들이 여기저기서 초연되고 있다. 특히 모스크바에서는 올해로 94세가 되는 거장 연출가 유리 류비모프(Urij Lyuvimov)가 야심작으로 내어놓은 국립 타간카 극장(Teatr na Taganke)의 음악극들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천년 만에 찾아온 동장군의 기세도 떨칠법한 그들의 음악극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모스크바 타간카 극장과 유리 류비모프 1964년 바흐탄고프 스튜디오의 명배우였던 유리 류비모프는 슈킨.. 더보기
SBS 창사 특집 <최후의 툰드라> SBS창사 특집 및 한러수교 20주년 기념 스페셜 다큐 촬영 준비 및 기간: 2009년 11월 중순 ~ 2010년 11월 방영 일시: 2010년 11월 중순 촬영 지원: 한러문화 연구원 관련자료: SBS 홈페이지 참고 더보기
발트해의 가을 발트해의 가을 어느 때보다 강한 추위가 예고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벌써부터 월동준비가 한창이다. 우리의 상식에서는 손발이 시려오는 두려움의 계절일 수도 있겠으나 지난여름 동안 찜통 같은 더위와 대화재로 시달렸던 러시아인들에게 추위는 오히려 익숙한 옛 벗과도 같으리니. 그럼에도 혹자들의 말을 빌어보자면, 그 혹독함이 천년 만에 찾아오는 동(冬)장군이라 하니 이제는 당당히 추위와 맞붙어 보는 수밖에 없을 터이겠다. 이러한 러시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러시아 서북부에 자리한 발트 해(Балтийское море) 연안 3국에서는 해양성 기후와 대륙의 청명함이 빚어낸, 그야말로 예술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 유럽을 향한 창구로서 역할 했던 발트 해 연안 3국은 1991년 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