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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곤

제 3회 러시아 크렘린 국제 발레 페스티벌 러시아 발레의 자존심을 잇다 제3회 크렘린 국제발레페스티벌 2014-2015 시즌을 갓 시작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계는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이곳 러시아의 연극과 발레를 비롯한 각계 분야의 예술가들은 지난여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개막 때 선보일 초연작과 레퍼토리 작품을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금 모스크바에서 유독 관심을 끄는 곳이 있으니 바로 크렘린 궁 안에 위치한 크렘린 극장이다. 이 극장은 지난 9월, 제3회 크렘린 국제발레페스티벌을 성황리에 마쳐 화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고유의 예술장르인 발레와 연극, 합창을 중시함과 동시에 자국 고전예술을 살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에, 러시아를 대표하는 크렘린 극장이 국제발레페스티벌.. 더보기
두 명의 빅토르 두 명의 빅토르 (The Two Viktors) 러시아의 두 영웅, 빅토르 최와 빅토르 안을 말하다 백야를 기다리며 부쩍 길어진 해는 6월의 페테르부르크를 더욱 빛나게 물들이고 있었고, 파릇한 잎사귀에는 사이사이마다 싱그러움이 넘쳐났다. 밤늦게까지 지칠 줄 모르던 어느 카페의 흥겨움은 네바 강변에 새벽이 도래해서야 고요를 찾았으며 문틈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뜨겁던 열기는 늘어진 그림자 아래서 잠깐의 휴식을 맞이한다. 온 밤을 무대 위에서 신들린 듯 연주하며 노래하던 한 사람, 검은 머리칼에 검은 가죽점퍼를 걸친 동양인 얼굴의 키 큰 사내는 이곳저곳 얼룩진 스티커들로 도배된 낡은 기타를 말없이 내려놓고 자신의 노래에 갈채를 보내던 한 무리의 젊은 군속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아, 빅토르. 빅토르 최(Vikto.. 더보기
그림으로 본 러시아의 말의 이야기 그림으로 본 러시아의 말의 이야기 러시아 역사 속 명마들을 찾아가다 청마(靑馬)의 해 갑오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축제를 치른 정초의 들뜬 분위기는 점차 고요 속에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갓 지난 명절을 뒤로 하고 모두가 새로운 한해를 뜻있게 보내고자 말처럼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별스레 뒤늦게 찾아온 겨울의 추위는 년 초부터 내내 적응하지 못할 낯선 온기로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녹여 놓더니 이제야 제 모습을 한걸음씩 찾아가고 있다. 러시아어로 ‘손나야 지마’(Sonnaya zima)라 불리는 지금과 같은 날씨는 마치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하다는 의미에서 온난하고 흐린 겨울을 의미하곤 한다. 이런 탓에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자 했던 많은 이들은 더없이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길 매.. 더보기
아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아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현장에 가다 여명이 밝아오는 소치의 아침은 더없이 상쾌했다. 이른 개발로 우리의 도심에선 들을 수 없었던 갖가지 아름다운 산새 소리가 창 앞까지 가득했으며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페치카 굴뚝의 연기는 여염집 아낙의 분주한 일상과 마주하였다. 해안을 따라 즐비한 별장들과 비즈니스 센터가 빼곡히 자리한 신도시 지구와 달리 계곡을 따라 발달한 소치의 안가는 화장기 없는 티 없이 맑은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었다. 지구촌 50억 인구가 하나 되었던 지난 소치 동계 올림픽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겨졌다. 총 15개 종목과 98개 경기에 금메달을 놓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참가한 소치 올림픽은 역대 최대 투자금.. 더보기
타이가의 지난 여름 타이가에서의 지난여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에 빠지다 글·사진 박정곤 사진 제공 이용택 다큐멘터리 전문 카메라 감독 도끼와 낫, 그리고 배를 저을 노와 삿대 한 자루. 도시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따금 문화체험을 통해서나 접해볼 수 있는 도구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니. 오늘날 글로벌리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상에 외부인과의 접촉이 전혀 없이 살아가는 소수민족 혹은 원주민이 어디 있을까 만은 그럼에도 스스로의 전통적 삶을 고수하며 문명의 이기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니, 이는 바로 타이가 숲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른바, 숲의 수호신 코미(Komi) 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코미 인들이 살고 있는 여름 타이가의 일상이란 그지없이 척박하면서도 반면 어느 때 보다.. 더보기
푸른 눈의 신 한류 리포트 푸른 눈의 신(新)한류 리포트 러시아 한류 탐험대의 눈으로 바라 본 2013년 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13년과도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다. 시간의 흐름이란 인지하면 할수록 더없이 빠른 걸음을 재촉하니, 무정히 지나는 세월이란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많은 것들 가운데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다가올 2014년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들도 결코 덧없다 말할 수 없으리라. 올 한해를 되돌아보자면, 필자에게 있어 가장 뜻 깊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류 전도사로 활동한 것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한류 문화는 비단 K-POP과 드라마 장르뿐만 아니라 한복과 민요, 사물놀이 등 전 방위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보.. 더보기
코미 보르쿠타 코미의 별, 보르쿠타를 가다 러시아 코미 공화국 보르쿠타 시(市) 답사기 일 년의 절반이 정적으로 얼어붙은 겨울이기에 그들에게 있어 봄이란 그저 새삼스럽기만 하다. 그 겨울마저 소복이 쌓인 눈과 저만치 멀리서 따사로이 빛나는 등불을 연상케 하는 추억서리고 낭만적인 계절이 아닌, 그야말로 우리네가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백토(白土)로 뒤덮인 시간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초록 들길에서 상춘을 즐긴다는 것은 지극히 낯선 일탈일 뿐, 녹아내린 눈물이 방울방울 모여 샛강을 만들어 저만치 먼 북극해로 이별을 고할 때까지 봄이란 그저 자유롭지 못한 계절일 뿐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과연 어떤 이들의 삶에 대해 이토록 비정하게 설을 풀고 있는 걸까? 그렇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그들, 바.. 더보기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세계 러시아 명작을 말하다(2)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세계 박 정 곤 청년 시절의 쇼스타코비치 눈 덮인 모스크바의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경쾌한 왈츠 리듬에 몸을 맡긴 채 가벼이 산보하다 문득 4월이 왔음을 알았다. 우리에게는 신록이 움트는 봄의 계절 4월이겠건만, 아직도 무릎높이까지 쌓인 도로변의 눈이 보행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곳에선 기나긴 겨울의 더딘 시간 뿐, 그 속에 봄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하로 군데군데 바이올린과 첼로를 켜며 클래식을 연주하는 거리 악사들의 레퍼토리에 안토니오 비발디의 ‘봄’과 이런 저런 왈츠 곡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보면 모스크바에도 이내 초록의 태동이 시작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유독 붉은 광장과 아르바트 거리의 수준 높은 악사들이 즐겨 연.. 더보기
겨울 밖의 이색 러시아 겨울 밖의 이색 러시아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우리의 상상 속에 혹은 기억 속에 러시아란 어떤 나라로 각인되고 있을까? 둥근 테두리의 검은 색 모피 모자를 쓰고 뻣뻣하고도 짙은 콧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두터운 가죽장화를 신고 발을 구르며 민속춤을 추는 곳? 또는 혹독하리만치 추운 날씨로 양 볼이 빨갛게 상기된 여인들이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채 전통에 따라 빵과 소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곳? 그것도 아니라면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설원 속에 엄숙하고도 차분한 새벽의 정적을 뚫고 맑은 연기를 뿜으며 곧장이라도 의사 지바고의 ‘유리아틴’으로 향할 듯 기적을 울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활기찬 전경? 그렇다. 어느 하나 틀림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이 눈꽃 가득한 겨울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징과.. 더보기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러시아, 명작을 말하다 음악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대망의 2013년이 밝았다. 총선과 대선 열기가 한창이었던 국내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도자 선발과 런던 올림픽으로 지구촌 곳곳이 뜨거웠던 지난 2012년은 이제 지혜를 상징하는 ‘뱀의 해’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세계 멸망을 예언했던 마야의 달력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 속에 조용히 묻힌 채 한때의 재미로 기억남을 것이다. 1월 첫째 주 전체가 국정 공휴일인 예술의 나라 러시아에서는 지금 신년을 축하하기 위한 음악회와 발레를 비롯한 문화 공연이 여기저기 한창이다. 길고도 새하얀 건반, 그들 사이사이 수놓인 칠흑의 건반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 피아니스트의 터치가 어느 때보다 더욱 힘차 보이는 신년 음악회는 청중들의 마음을 정초부터 풍성하게 해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