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시아 예술과 문화

제 3회 러시아 크렘린 국제 발레 페스티벌

 

러시아 발레의 자존심을 잇다

3회 크렘린 국제발레페스티벌

 

2014-2015 시즌을 갓 시작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계는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이곳 러시아의 연극과 발레를 비롯한 각계 분야의 예술가들은 지난여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개막 때 선보일 초연작과 레퍼토리 작품을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금 모스크바에서 유독 관심을 끄는 곳이 있으니 바로 크렘린 궁 안에 위치한 크렘린 극장이다. 이 극장은 지난 9, 3회 크렘린 국제발레페스티벌을 성황리에 마쳐 화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고유의 예술장르인 발레와 연극, 합창을 중시함과 동시에 자국 고전예술을 살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에, 러시아를 대표하는 크렘린 극장이 국제발레페스티벌을 열었으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크렘린 페스티벌은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발레단과 서로 간에 협업을 거쳐 개최되었던 만큼, 사전에 기대도 컸고 내용도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빠르게 명성 얻은 크렘린 발레단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조금 지나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크렘린 궁을 만날 수 있다. 크렘린 극장은 이 크렘린 궁 안에 위치한 6천 석의 대형 극장으로, 웅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크렘린 발레단은 이 극장에 상주하는 단체인데, 러시아 예술단체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청와대 격인 크렘린 궁 안에 자리하고 있는 유일한 단체라 하겠다.

크렘린 극장은 1990년에 개관한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상류사회의 문화를 대변하던 러시아 발레를 대중적으로 전파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루슬란과 루드밀라>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고유 레퍼토리를 통해 더욱 짙은 러시아적 향취를 자아내는가 하면, 예카테리나 막시모바(Ekaterina Maksimova), 예카테리나 악쇼노바(Ekaterina Aksyonova), 에릭 볼로딘(Eric Volodin)과 같은 명망 높은 발레 지도자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90년에 창단한 크렘린 발레단은, 240여년의 역사를 지닌 볼쇼이 발레단을 비롯한 여타 발레단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빠른 시간에 수준 높은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특히, 크렘린 발레단의 창립자이자 러시아 최고 발레 마스터인 안드레이 페트로프(Andrey Petrov)가 사령탑으로 자리하고 있기에, 인접 발레단과의 유대관계도 더없이 돈독한 편이다. 이를테면 볼쇼이 극장의 유명 솔리스트였던 안드리스 리예파(Andris Riepa)와 알라 미할첸코(Alla Mikhalchenko)가 크렘린 발레단에서 듀엣으로 활동했으며, 한국계 동포 발레리나인 스타니슬라프스키-네미로비치단첸코 음악 극장의 스베틀라나 최(Svetlana Choi)와 겐나디 야닌(Genady Yanin)도 솔리스트로 몸을 담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최고라 하는 이들은 거의 모두가 크렘린 발레단과 연을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러시아 최고 발레 안무가이자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유리 그리고로비치(Ury Grigorovich). 오랜 기간 동안 크렘린 발레단과 친분을 유지했던 그는, 한국과도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0, 국립발레단과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 이후 꾸준히 국내 발레단과 연을 이어가며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성공적으로 공연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무용수들이 함께한 축제

크렘린 발레단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크렘린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페스티벌과 함께 14-15 시즌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 크렘린 극장의 25

번째 시즌 개막이자 3회를 맞이한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크렘린 발레단과 함께하는 월드스타. 크렘린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페트로브 예술감독은 국제적 명성을 가진,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발레 스타들이 크렘린 극장 무대에서 공연을 가지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18일에 시작해 930일까지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총 11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개막작 <마술피리>를 시작으로, 러시아 고전 발레인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해 크렘린 발레단의 고정 레퍼토리 <에스메랄다> <지젤> <돈키호테>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발레 무용수들이 솔로이스트로 참가했는데, <지젤>알베르트 백작역을 맡은 밀라노 라스칼라 발레단의 클라우디오 코비엘로, <돈키호테>키트리역으로 무대에 오른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마이야 마하텔리 등이 그 예다. 특히, <돈키호테>에서는 현재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발레리노 김기민이 그녀의 파트너 역으로 열연을 펼쳐 현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김기민 외에도 이번 페스티벌에는 대한민국 발레를 대표하는 무용수 김지영과 김형웅이 초청을 받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아쉽게도 참가하지 못했다.

 

 

초연작 <마술피리>, 대표 레퍼토리 <에스메랄다> 등 공연

크렘린 발레단이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작품은 개막작이자 초연작인 <마술피리>이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동명 오페라를 발레 장르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페트로브 감독이 직접 안무를 맡아 관심을 끌었다. 지휘자 유리 바슈메티가 이끄는 국립 심포니 노바야 라시야(New Russia)가 협연했으며, 이탈리아의 유명한 무대예술가인 안젤로 살라와 알프레도 코르노가 디자인을 맡아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크렘린 발레단은 초연작과 함께 단체의 대표작인 <에스메랄다>도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발레 <에스메랄다>는 낭만발레 <지젤>로도 유명한 쥘 페로(J. Parrot)가 빅토르 위고의노트르담 드 파리를 모티프로 삼아 안무한 작품. 1844년 런던에서 초연되었지만 쥘 페로의 안무는 소실되고, 크렘린 극장에서는 1886년 마리우스 프티파(M. Petipa)가 개작한 버전을 공연했다. 2014년 현재 선보이고 있는 <에스메랄다>2006, 페트로브 감독이 자신만의 고유한 신체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페트로브 버전의 <에스메랄다>는 지난 2009, 국립극장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3회 크렘린 페스티벌은 930일 막을 내렸지만, 크렘린 발레단의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개막작 <마술피리>를 비롯해, 크렘린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에스메랄다> <루슬란과 루드밀라> <천일 야화> <피가로> 등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참고: 국립극장 공연전문 저널 <미르> 2014년 10월호

'러시아 예술과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명의 빅토르  (0) 2014.06.02
그림으로 본 러시아의 말의 이야기  (0) 2014.04.01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세계  (0) 2013.04.11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2) 2013.02.07